2015-03-12 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강남 성형외과의원들이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소속 의원들과 대형 네트워크 성형외과의원들로 나뉘어 '대리수술(유령수술)' 의혹을 두고 1년 넘게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외국인 성형환자 유치와 성형시장 자정에 서로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성형외과의원들이 지루한 힘겨루기를 하는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성형외과 대리수술은 성형을 상담하러 온 환자에게 유명의사가 수술할 것처럼 안내한 뒤 실제로는 수술경력이 짧은 '신참'의사가 수술하는 것을 말한다.
서울 강남의 대형 성형외과의원 중 하나인 그랜드성형외과병원(원장 유상욱)은 12일 "하지도 않은 대리수술을 했다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대해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유상욱 원장은 "2013년 12월 병원에서 수술받은 환자가 숨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한 이후 성형외과의사회가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언론 등을 통해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해 큰 피해를 입었다"면서 "1년 넘게 참아왔지만, 더는 방관할 수 없어 그동안 모아놓은 사실 관계자료를 기초로 형사 고발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랜드성형외과 측은 또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도 고발했다.
유 원장은 "대한성형외과의사회가 대리수술 의혹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포털사이트 검색어 조작, 성형수술비 담합 유도, 타과 전문의 비하 등의 불공정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성형외과의사회는 그랜드성형외과에 대해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의사회 측은 그랜드성형외과의 이런 주장에 대해 "궁지에 몰리자 자구책 차원에서 승부수를 던진 것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조수영 성형외과의사회 홍보이사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대리수술을 한 사실이 확인됐고, 의사회와 유족들의 고발로 경찰에서도 이 부분을 조사한 것으로 안다"면서 "(그랜드성형외과가)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자 최후의 수단을 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다툼이 대형 네트워크 성형외과와 성형외과의사회 간 대리전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회가 성형 시장을 혼탁하게 한 주범으로 대형 네트워크 성형외과의원들을 지목하자, 이에 반발한 강남의 대형 네트워크 성형외과들은 최근 성형외과의사회에서 집단으로 탈퇴했다.
또 일각에서는 경찰이 1년 넘게 이번 대리수술 의혹 사건을 조사하고도 명확한 수사결과를 내놓지 않아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 성형외과의 한 원장은 "소규모 개원 성형외과들이 성형외과의사회를 장악하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많은 환자를 유치하고, 탈도 많았던 대형 성형외과를 공격 타깃으로 삼고 있다"면서 "잇단 의료사고 등으로 얼룩진 강남 일대의 성형 시장이 자정 노력보다는 소송 공방으로 더욱 혼탁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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