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수술비·과다 광고 땐 '유령수술' 의심을
조미현 기자의 똑똑한 헬스컨슈머
수술 당일엔 보호자 동반
상담의사 맞는지 확인해야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시민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최근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를 발족했습니다. 유령수술 피해 사례를 모아 단체 소송에 나서겠다고 합니다. 환자의 동의 없이 집도 의사를 바꿔 수술하는 행위를 ‘유령수술’이라고 합니다.
20대 여성 A씨는 2013년 서울 강남 유명 성형외과에서 턱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았습니다. 안면 마비와 비대칭 등 부작용을 겪은 A씨는 담당 의사를 찾아갔지만, 담당 의사는 자신이 집도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상담은 했지만 다른 의사가 수술했다는 것입니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2008년 이후 최근까지 10만명 이상이 유령수술 피해를 봤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유령수술이 성행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병원들이 마케팅 비용을 늘리는 대신 인건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성형외과의사회는 보고 있습니다. 수술실은 외부와 차단돼 있고 전신 마취를 하기 때문에 환자가 수술 중에 일어나는 일을 알기 어렵습니다. 유령수술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더라도 피해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유령수술을 의사가 교체되는 정도로 보고 ‘면허가 있으면 누구나 수술을 집도해도 상관이 없다’는 식으로 법리해석을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살인 미수에 준하는 범죄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 뉴저지 대법원은 1983년 환자 동의를 받지 않은 사람이 환자의 신체를 칼로 절개해 손을 집어넣는 행위는 의료가 아니라 사기 및 상해, 살인미수로 기소해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측은 “정당한 수술 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의사 면허증의 유무보다 환자 동의가 절대적으로 우선한다는 의미”라며 “유령수술은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주장했습니다. 최동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유령수술을 방지하기 위해 수술실에 폐쇄회로TV(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성형외과의사회는 △TV 라디오 등 대중매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과다하게 광고하고 △지나치게 낮은 수술비를 강조하거나 △브로커를 통해 수술을 권유하는 병원은 유령수술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유령수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상담하거나 수술할 때 반드시 보호자를 동반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수술 당일 수술실 입구나 회복실에서 보호자가 일정 시간 머물면서 상담 의사가 집도하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유령수술 피해가 의심되는 환자는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공식 홈페이지(www.ghostdoctor.org) 또는 콜센터(1899-2636)에 피해 사실을 신고하면 됩니다. 유령수술감시운동본부 측에 따르면 지금까지 5개 성형외과를 대상으로 9명의 피해자가 신고했습니다.
본부는 피해 사실을 추가로 접수해 형사고소 및 집단 민사소송을 위한 법적 검토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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